1년전 이맘때쯤 어떤 여성분은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속아서 참고 이용당하고 했던 것이 바보같았다 라는 자괴와 수치로 물들었을 그녀를 상상해봤다.
2014년 9월 26일 한 여성이 목숨을 끊었고 10여일 후 그녀의 사연은 각종 매체에 보도되고 그 사연에 이입한 수많은 청년들의 마음을 할퀴었다.
중소기업중앙회 여사원의 자살로 보도된 이 사연은 아직도 청년들이 겪을 취업전선에서의 흔한 이야기이다. 2년을 비정규직으로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 한다는 기간제 및 단시간 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 통칭 '비정규직 보호법'에 의해 착취당한 한 여사원의 이야기..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약속받은 한 여사원은 정규직 고용이라는 한줄기 희망만을 바라보며 성추행들을 견뎌냈으나 2년을 가득채운 8월말 계약종료 통보를 받게된다. 해고되고 다음달 26일 그녀는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그 다음달 언론에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성추행 당한 여직원이 자살한 것으로 보도되고 성추행에 포커스를 맞춰 이 문제를 다뤘다.
그러나 실상의 문제는 성추행을 당해도 참을 수 밖에 없던 고용상황에 있었고 실제 유서의 내용도 자신이 바보같이 2년 가득 이용당하고 버림받은 것에 대한 울분이 녹아있었다.
쪼개기 계약으로 2년간 6여차례로 계약기간을 쪼개어 갱신해야 했고 이같은 단기의 쪼개기 계약은 갱신일의 빈번한 도래로 계약자의 심신을 구속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기업관행이었다.
그렇게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또는 인턴으로 기업에 입사하여 울분을 참아가며 정규직만 바라보고 인내해야 하는 환경과 그 중 2년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공공연한 비밀속에서 이런 사건은 같은 환경에 있는 그들의 마음을 할퀴기에 충분했다.
국감에서도 이 사건을 다뤘던 것 같다. 꽤나 큰 파장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공분했던 이 사건.. 꽃다운 한 사람의 목숨을 가져간 이 사건의 결과는 2명의 면직처분과 몇명의 감봉.. 그리고 성교육을 하지 않은 기업에 떨어진 2백만원의 과태료였다..
그리고 1년...
지금의 우리의 사정은 얼마나 고쳐졌을까..
법을 찾아봤다. 당시 쪼개기 계약은 그것을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쪼개기 계약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했던 고용노동부의 입법계획도 보도가 되었다.
오늘 2015년 9월 25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2014년 5월 20일 일부 개정된 법이라는 공허한 문구만이 법명의 하단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 당시의 문제점이 반영된 개정은 없었다는 방증이리라..
쪼개기 계약으로 검색해봐도 자동차 공장에서의 쪼개기 계약, 공립학교에서의 쪼개기 계약 등 지금도 언론에 나올 정도로 성행하고 있고 이를 규제할 법안은 아직도 제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노사정 합의에서는 원한다면 2년 계약 종료후 비정규직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개소리를 쳐 하고 자빠졌다. 2년 계약 종료 후 "너 해고 당할래? 2년 더 비정규직 할래?" 하면 해고당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고..
법적으로 비정규직 기한을 3~4년으로 늘리겠다는 이야기는 이미 식상할 정도이다..
그런 비극이 전해지고 10월 한달간 그리고 그 해 말까지는 당장이라도 이 문제가 해결될 것 처럼 이야기들이 무성했다. 그리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바꿔달라고 하던 목소리도 꽤 컸다. 청년들이 얼마나 심각한 고용환경에 있는지 그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얼마나 적게 이뤄지고 있는지 등이 사회적으로 다뤄졌다.
그러나 언제인지 모를 시점부터 기억은 멀어졌고 당면한 다른 문제들이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그렇게 희미해진 기억만큼 변화의 노력도 희미해졌다. 또는 정쟁으로 물들어 산화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또는 로비에 묻혀버렸거나..
추석 한가위지만 귀경보단 아르바이트나 휴일근무를 택한 사람이 많다는 보도만큼이나 씁쓸한 오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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